2014. 10. 8

어릴적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다 울고 계시면 생각했죠. 저게 뭐가 슬플까...

 

 

십년전 쯤, 정확히 말하면 첫째가 막 기어다닐 무렵이었어요.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지아비를 향해 보이던 첫째의 그 눈빛과 웃음 속에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수반하는 무거운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서, 제 인생은 새로운 장이 시작됐어요.

'아..... 한동안 저 아이의 많은 부분이 나에 의해 결정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한편으론 절대적 약자에 대한 무한한 측은심을, 다른 한편으론 인생을 헤쳐갈 무한한 전투력을 저에게 주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요. 난 둘째를 계기로 제 인생을 꽤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시간들을 갖게 됐고, 그 결과 제가 외면하고 무시해 왔던 제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었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많은 상처들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들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타이르고, 위로하다보면 비로소 또 하나의 좌표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겠죠?

한참 세월이 지나고서야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며 우시던 이유를 알게 됐어요.

어머니는 드라마가 슬퍼서 우신 게 아니었어요.

아마도 드라마 속 장면들의 어떤 단초들이 어머니 인생의 서랍 속 먼지 낀 기억들을 갑자기 들춰냈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