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 2014. 10. 8

어릴적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다 울고 계시면 생각했죠. 저게 뭐가 슬플까...

 

십년전 쯤, 정확히 말하면 첫째가 막 기어다닐 무렵이었어요.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지아비를 향해 보이던 첫째의 그 눈빛과 웃음 속에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수반하는 무거운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서, 제 인생은 새로운 장이 시작됐어요.

'아..... 한동안 저 아이의 많은 부분이 나에 의해 결정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한편으론 절대적 약자에 대한 무한한 측은심을, 다른 한편으론 인생을 헤쳐갈 무한한 전투력을 저에게 주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요. 난 둘째를 계기로 제 인생을 꽤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시간들을 갖게 됐고, 그 결과 제가 외면하고 무시해 왔던 제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었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많은 상처들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들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타이르고, 위로하다보면 비로소 또 하나의 좌표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겠죠?

한참 세월이 지나고서야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며 우시던 이유를 알게 됐어요.

어머니는 드라마가 슬퍼서 우신 게 아니었어요.

아마도 드라마 속 장면들의 어떤 단초들이 어머니 인생의 서랍 속 먼지 낀 기억들을 갑자기 들춰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 2014. 8. 23

선선한 가을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오던 아무도 없는 새벽길.

애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그저 막연히 난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 순간.. 아무것도,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걸 느꼈을 때, 그 공허하면서도 편안한 기분을 잠시 동안 놓치고 싶지 않았다.

# 2014. 7. 18

내 인생이 한편의 영화라면,

그 영화가 마냥 행복하기만 해서, 지루한 영화가 되길 바라진 않지만.

어떤 장면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었으면 좋겠고,

그게 바로 내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슬퍼지거나, 숨이 가빠지더라도 한번 오지게 웃어보게.

# 2014. 3. 23

사람들 사는 게 다, 이빨 한두개씩은 꼭 빠져있는 것 같다. 아니, 정말 그렇다고 확신한다.

대부분 처음엔 웃는 낯으로 서로를 대하지만, 조금 사이가 깊어지면 다들 나름의 불덩이 한두개씩은 꺼내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 불덩이는 가까이 있을수록 뜨겁다.

하루종일 봐야만 하는 사차원 직장동료쯤은 비교도 안 될, 인류 탄생 이래 가장 핫한 불덩이는 그래서 바로 가족이다.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하게 되면 불덩이의 개체 수는 그래서 늘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단순히 확률적 문제라기 보단

경험적으로도 주변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그냥 저 뛰는 걸 바라만 봐줘도 까르르 너무 행복한 미소를 짓는 내 딸도 이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은 불덩이 몇개는

달고 태어났을테지. 점점 알아갈테지만.

# 2014. 2. 17

주변에 이런 사람들 꼭 있죠?

"평소엔 화를 잘 안내는데, 한번 화나면 무섭게 화내는 사람"...

그게 그렇다네요. 화를 참고 억누르면 본인 스스로 그걸 통제했다고 착각하지만 다 안에서 차곡차곡 쌓인다고 해요.

 

저같은 경우 화를 참는 연습을 매번 반복하다 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긴 했는데, 가끔 예기치 않게 폭발해버려서는 한번에 많이 화를 내버리곤 합니다.

바로 제 안에 쌓였던, 어디 간 줄 알았던 제 분노들 때문이겠죠.

 

자신의 정신건강은 물론, 타인에게도 결국은 안좋은 무조건 화를 억누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근데 여기서 화를 그때그때 화나는 만큼 내자는 것이 결론은 아니고,

좀 세련되게 자신의 언짢음을 다소 부드럽게 표출할 줄 아는 연습을 하자는게 결론인데..

 

왠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구요??

 

예를 들면,

제가 해본 바로는 내가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어서 힘드니 당신이 좀 도와달라고 하는 방법도 좋았고, 당신의 그 말이나 행동이 나에겐 이렇게 비춰졌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좀 조심해 달라는 말 정도도 괜찮았어요.

 

결론은, 최근 제가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결정적일 때 풀스윙 어퍼컷으로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한방에 떡실신 시키느니

결국 서로 잽 한방씩 자주 주고 받자. 뭐 이런겁니다.

화나서 주고받는 말들이나 표정도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건 같을테니까요.

# 2013. 7. 25

꽤 오래 전, 커피 광고 중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라는 카피가 유행했었다.

어머님 친구 분 중 한분이 하루는 "난 참 저말이 늘 와닿는다"고 하시더니만 자기도 "가슴이 '답답한' 사람을 만나고싶다"고 하셨다.

 

 

난 슬픈데 그런 날 보는 누군가는 왜 화났느냐고 묻고,

때로는 내 웃음이 비웃음이 되기도 하며,

또 때때로 타인을 향한 내 격려가 오만한 위선이 될 때도 있는 것처럼

자기의 기분과 기준으로 상대방을 해석해버리고 마는 우를, 우린 어쩌면 하루에도 몇번씩 하면서 사는지 모른다.

 

문득 잠자리에 들기전 '마음이 통하는'을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했더니 뜻밖의 멋진 표현이 있다.

 

"be on the same page"

 

날마다 하루하루 페이지를 넘겨가는 내 삶이라면,

책갈피 꽂혀있는 하루하루 매 페이지에,

누군가와 함께인 내가 늘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면 좋겠다.

# 2013. 4. 24

#1. "잠깐, 지금 모습을 기억해두고 싶어."

달콤한 백허그와 함께 거울을 보며 브래드핏이 말했다.

 

#2. 젊은 영계가 되어 나타난 브래드 핏에게 이제는 늙어버린 케이트 블랑쳇이 말했다.

"영원한건 없어.(Nothin' lasts)"

 

거꾸로 시간을 맞이하는 두 주인공간의 말도 안되는 사랑이야기. 아니 인생 이야기를 봤다.

 

우리는 뭔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되고, 다시 되찾을 수 없기에 그것들을 추억이라 부르며, 마침내 그것들을 "그리워"하기에 이른다는 흔해빠진 진리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생각해봤다.

 

지금 현재 내가 가진 것들에 행복해하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세상은 내게 자꾸 오늘이 아닌 내일을. 이미 가진 것이 아닌 못 가진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하고 더 갈망하게 만든다.